전쟁, 민주주의, 포퓰리즘.
정부, 국제 범죄조직, 메타 네트워크.
이번 호를 편집하면서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가 다루는 주제와 조직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전통적으로 사회혁신에서 다루지 않았던 정치 영역이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다루어지고 있고, 빈곤이나 보건을 넘어 범죄나 전쟁과 같은 주제가 아티클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사회혁신의 경계가 점점 더 흐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계가 흐려지고 새로운 신호들이 감지되는 것은 사회혁신의 주제뿐만이 아닙니다. 사회혁신을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정부의 역할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나, 다중 중심을 가진 메타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방식을 소개하는 것은 사회혁신의 방법론이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으며 지경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호에 등장하는 새로운 주제들과 주체들은, 사회혁신이 이제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전쟁과 민주주의, 범죄와 기후위기처럼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들은 더 이상 분리된 채 존재하지 않으며, 하나의 문제에 대한 개입은 필연적으로 다른 문제들과 연결됩니다. 또한 어떤 주체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이상 배경적 존재일 수 없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주도성을 지닌 행위자로 요청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혁신이 특정 섹터나 조직의 역할로 환원될 수 없으며,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관계 맺고 조정하며 함께 작동해야 하는 집합적 실천임을 의미합니다. 사회혁신은 더 빠른 해법이나 더 영리한 전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끈질기게 개입 지점을 찾고, 협력을 통해 변화를 지속시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이 사회혁신으로 들어왔다’는 말은 사회혁신의 범위가 무한히 확정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는 사회혁신이 더 이상 다룰 주제와 다루지 않을 주제를 구분할 수 없다는 인식입니다. 오늘날의 사회문제는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으며, 하나의 문제에 대한 개입은 곧 다른 문제들과의 연결을 함께 다루는 일이 됩니다. 그렇기에 사회혁신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기술이나 방법론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사회혁신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전제로 삼고, 그 안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과 역할을 감당하며 관계를 조정해 나가는 집합적 실천입니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협력 없이는 어떤 변화도 지속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할 때, 사회혁신은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나아갑니다.
추신. 이 글은 제가 편집장으로서 남기는 마지막 에디터스 노트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변화를 만들어가고 계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