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이라는 개념이 확산되던 초기에는 ‘누군가 사회문제를 해결했다’는 영웅 서사가 중심을 차지했다. ‘체인지메이커’라고 불린 탁월한 사회적기업가들, 혹은 혁신적인 소셜벤처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고,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열망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사는 복잡한 사회문제가 하나의 아이디어나 한 명의 리더에 의해 단번에 해결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당시 사회혁신 생태계의 핵심 장치였던 펠로우십 프로그램들은 영웅 서사를 강화했다. 사회를 바꾸는 리더를 선발해 자금과 네트워크를 집중 지원하는 펠로우십 방식은 사회혁신의 무대를 영웅적 개인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구조화했다. 펠로우가 된 사회적기업가들은 곧 미디어, 학계, 정책 논의에서 ‘누가 변화를 만들고 있는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고, 사회혁신의 주체는 개별 창업가나 특정 조직이라는 인식이 공고해졌다. 결국, 이런 펠로우십 중심 생태계는 사회혁신을 소수의 영웅이 이끄는 변화로써 상상하고,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문제해결은 결코 그런 영웅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문제는 정책, 제도, 관계, 인식이 얽힌 복합 시스템의 결과이며, 그것의 해결 또한 다수의 행위자가 함께 작동할 때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행위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어떻게 공동의 의지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 협력의 시도와 노력에 필요한 환경과 지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협력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와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지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개선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사회혁신에 있어 협력의 의미를 재조명한 아티클을 선별했다. 협력을 다루는 각도가 다양한 만큼 아티클에서 소개되는 협력의 사례도 다채롭다. 아마존 선주민 공동체들의 연합체부터 대규모 기금 규모를 가진 재단들의 협력체, 전 세계에 흩어진 개발자들의 개방형 네트워크까지, 지역, 규모, 영역을 넘나드는 사례들이 폭넓은 협력의 서사를 보여준다.
영웅을 중심에 둔 사회혁신 서사는 매력적이고 강렬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복잡한 현실을 단순하게 도식화하거나 공동체적 창조성을 간과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가 마주한 도전은 생태계 전체의 집합적 역량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사회혁신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누가 변화를 만들었는가’에서 ‘어떤 생태계가 변화의 토대를 만들고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변화를 위한 토대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새로운 역할들에 더 많은 관심과 자원을 기울여야 하고, 더 나은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더 깊이 탐색하고, 분석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제, 사회혁신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다양한 ‘우리’를 주인공으로 쓰여야 한다.
사회혁신의 미래는 협력일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