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SIR 한국어판 커뮤니티 매니저 조민수입니다. 입춘이 지났음에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다시 겨울이 온 것 같은 요즘입니다. 그리고 지금 어딘가에는 마음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이 있어요. 한국의 청년고립 문제를 다룬 SSIR 아티클 ‘한국의 청년들을 사회적 고립에서 꺼내다’의 연장선으로, 한국의 고립은둔 청년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히키코모리를 지원하는 일본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산카쿠샤와 소다테아게넷이라는 단체를 방문한 이야기를 공유해드리려고 해요.
우리만의 비밀 기지
저는 항상 저만의 아지트를 꿈꿔왔어요.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안락한 소파, 언제든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고, 원하는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을요. 그리고 저는 처음 방문하더라도 금세 그 속에 녹아들게 되는 특별한 아지트를 일본에서 만났습니다. 그 공간을 만든 건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들을 돕고 싶었던 한 청년이었어요. 바로 산카쿠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아라이 유스케의 이야기입니다. 산카쿠샤는 히키코모리 청년을 지원하는 일본의 비영리단체로, 오픈스페이스 산카쿠키치(삼각기지)와 공동주거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아라이씨는 특별한 컨셉을 가지고 이 공간을 만들지 않았다고 해요. 누구든 부담 없이 찾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길 바란다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 공간의 청년들은 그 공간을 자신의 공간처럼 마음 편히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라이씨는 그 공간의 인기스타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 실력자여서 산카쿠키치를 드나드는 청년들은 아라이씨와 꼭 같은 팀이 되고 싶어 한다고 해요. 제 생각에는 처음 만난 사람도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그의 배려와 유쾌함이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 일정 중 한 컨퍼런스에서 다시 만난 아라이씨는 우리를 향해 팔을 힘껏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해줬습니다. 산카쿠키치가 누군가의 아지트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더불어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온기 때문이 아닐까요?
세 명의 단짝친구
저희가 찾아간 또 다른 현장인 소다테아게넷은 20여 년간 히키코모리를 지원하며 이어온 미션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쿠도 케이 이사장님으로부터 히키코모리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저희에게 현장을 소개해주신 이무라씨는 초등학생 때 이야기를 들어줄 단 3명만 있어도 사회와 단절될 가능성이 현저히 적어질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이유로 소다테아게넷은 히키코모리들이 초등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활동을 운영해오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되어주는 이 활동이 저에게는 특히 인상 깊었어요. 감사하게도 이무라씨는 저희에게 활동이 이뤄지는 초등학교를 직접 보여주셨어요. 쑥스러워하며 인사를 건네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아라이씨와 쿠도씨를 통해 들은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달랐어요. 히키코모리 지원단체들을 통해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화된 원인과 배경, 당사자들의 삶,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과 민간 영역의 노력에 대해 학습하다보니, 같은 문화권으로서 갖는 공통점뿐 아니라 차이점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두 나라의 사회경제적인 상황이나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점들은 우리나라의 청년고립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저희는 학습을 통해 생각을 더 발전시켜, 그것을 아티클의 형태로 정리해볼 계획입니다.
끝나지 않을 연결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저희는 청년고립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SSIR Japan과 웨비나를 갖게 되었어요. 저희의 관찰과 발견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였죠. 저희는 일본 히키코모리 이슈를 한국인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청년들이 고립의 상태로 접어드는 원인과 과정에 있어 차이점은 무엇인지 나누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질문들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히키코모리 지원단체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리고 청년고립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모인 사람들의 모임에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맥락이나 개입하고 있는 정도는 제각각이지만, 서로의 진정성을 반가워하고, 그 노력의 의미를 알아준다는 느낌 말이에요. 자연스레 이 연결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새로운 동료들과 SSIR 한국어판이 함께 만들어갈 행보를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