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서 한 걸음 벗어나면
SSIR 한국어판 매거진의 2026년 두 번째 호가 발간되었습니다.
2호를 준비하면서 제게 인상 깊게 다가온 단어 두 개가 있어요. 바로 '변화'와 '확장'입니다. 아티클을 읽으면서 더 나은 현장과 조직을 위해 무엇을 변화시킬지, 그리고 성공한 방식과 시스템, 접근을 어떻게 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할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변화가 더 멀리 퍼져 나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모를 늘리는 것을 넘어 문제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는 우리 개인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과정만 되풀이하다 보면 문제를 발견하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가끔은 고생스럽더라도 나를 낯선 환경과 경험에 노출시켰을 때 새로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매일 나 자신에게 몰두하기보다는, 어떤 날은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고, 나의 동료와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내 생각과는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나를 의도적으로 익숙한 환경에서 꺼내보면 우리 개인도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26-2호를 읽으며 여러분의 시야도 한층 더 넓어지는 감각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나에게로 향한 눈을 주변으로 돌려보는 것. 그것이 미래를 만드는 '퓨처메이커'로서 조금씩 성장하는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추신. 이번 호는 <Curated by SSIR Korea> 섹션을 새롭게 추가해 '스케일'에 관한 7편의 아티클을 선정하고, 확장에 대해 더 깊은 질문을 던져봤어요. SSIR Korea가 고른 7편의 글을 통해 여러분도 확장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해 보시길 바라요.
SSIR 한국어판 커뮤니티 매니저
황어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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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스케일이 시스템이 되려면
신현상 에디터/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장 & 교수
꽤 오랫동안 사회혁신 필드에서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였다. 좋은 아이디어가 발견되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효과를 입증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확산할 방법을 찾았다. 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았는지, 얼마나 많은 지역으로 사업이 확장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투입 자원이 절약되었는지가 사회혁신의 성공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SSIR에 소개된 여러 논의를 읽다 보면, 이 익숙한 질문에 대해 더욱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SSIR 한국어판에는 SSIR Summer 2026호에 실린 아티클 13편과 함께, SSIR 아카이브에서 필자가 ‘스케일’의 주제로 큐레이션 한 7편의 아티클을 실었다. 이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지만, 그 밑에는 하나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흐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문제의 규모와 복잡성이 개별 프로그램이나 조직의 역량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사회변화를 만들어내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이번 호를 '시스템 체인지'를 다루는 글들과 '스케일'을 다루는 글들의 묶음으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독자들이 그 둘을 별개의 주제로 읽기보다는 "사회변화를 스케일링하는 노력은 어떻게 시스템의 일부가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변화는 어떻게 사회 속에서 자생적으로 확장되고 지속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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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스트들은 왜 더 이상 아무것도 세우지 않는가 SARAH CONE
1891년, 릴런드 스탠퍼드는 61세였고 오늘날 가치로 약 19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 석좌교수직을 만들기 위한 비용을 기부하거나, 병원 별관 건축을 지원하거나, 당대의 자선단체에 거액의 수표를 써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아내 제인은 팔로알토에 있던 8,180에이커 규모의 승마 농장을 내놓고, 세상을 떠난 아들의 이름을 딴 대학을 세웠다. 건물 하나, 프로그램 하나가 아니라 대학 전체를 세운 것이다. 이 대학은 이후 한 세기 동안 실리콘밸리의 지적 엔진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혁신의 산실이 되었다. 스탠퍼드는 어떤 기관에 기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기관을 만들었다.
현대 필란트로피의 중심에는 기묘한 역설이 자리한다. 이집트의 파라오와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 그리고 카네기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부를 거머쥔,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가 정작 그 부를 새롭고 지속 가능한 시민 기관으로 바꾸는 데는 놀라울 만큼 소극적이다. 오늘날의 거물들은 수십억 명을 연결하는 플랫폼, 사람처럼 글을 쓰는 알고리즘, 바다 위 바지선에 스스로 착륙하는 로켓 같은, 대단히 복잡하고 거대한 회사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사회에 무언가를 돌려줄 차례가 되면, 자동차가 발명되기도 전에 세워진 대학에 수표를 써준다. 자신의 사적 야망에 걸맞은 규모로 공공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데 조직적 재능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것을 짓는 법을 알지만,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민 인프라는 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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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게도, 쉽게도 아닌 제대로 된 확장을
ARI JOHNSON
20년 전, 나는 말리의 수도 외곽 지역사회와 함께 일하는 말리인과 미국인들로 이뤄진 팀에 합류했다. 우리의 목표는 본인 부담금 없이, 환자의 집 앞까지 신속하게 진료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고,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을 엄청난 고통을 목격했다. 이웃 주민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을 때, 우리는 어린아이가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치료받지 못한 충치 하나로 젊은 산모를 떠나보내며 애도하기도 했다.
한 대형 국제보건 재정 기관의 리더가 우리의 첫 의료 시스템을 초기 몇 년간 전액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기뻤는지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었다. 본인 부담금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부담금이 없으면 우리 사업의 어떤 부분에도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판단으로는, 환자 한 명당 비용이 월 1달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규모를 확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회적기업가들은 흔히 기준을 낮추고, 값싼 것을 확장하고, 쉬운 곳에서 일하라는 압박에 시달려왔다. 이런 압박은 예산이 줄어드는 공적개발원조 기관들뿐 아니라 필란트로피 진영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이런 조언들은 우리가 돌보는 이들의 생명과 이 분야의 도덕적 토대를 위협한다. 이는 우리를 더 큰 불평등과 부정의로 가득한 세계로 이끄는 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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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왕십리로 222 HIT 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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