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은 고도로 복합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요. 관찰, 탐색, 선택, 분석, 기획, 설계 등 여러 종류의 정신 작업이 종합적이고도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니까요. 지혜님은 SSIR 아티클을 쓰는 과정을 집을 짓는 일에 빗대며 집필 경험을 회고해주셨어요.
인테리어 전문가에서 건축가로
지혜님은 과거 로컬라이즈 군산 사업의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군산의 현장을 직접 가보시기도 하고, 군산의 청년 창업가들을 만나 인터뷰하시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그때와 다른 모호함을 마주했다고 해요. "제가 해온 연구나 아카이빙 작업은 내가 좀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작업은 그렇지 않은 거예요. 그냥 뛰어들어야 하는 작업이었어요." 모호함을 느낀 건 지혜님만이 아니었어요. 아티클을 번역하고, 감수해온 저도 같은 감정을 느꼈거든요. 지혜님은 그 모호한 감정에 대해 재밌는 비유로 설명해주셨어요. "그동안의 작업에서 제가 인테리어 전문가였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건축가가 되어야 했어요.”
SSIR다움을 향해
집 전체의 도면을 그리고, 문을 어디에 둘지, 방을 몇 칸으로 할지 하나하나 정해야 하는 건축가의 일처럼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작업은 모호함 속에서 선택을 거듭해야 하는 과정이었어요. 아마도 그런 모호함은 SSIR의 지식이 현상 이면의 심층적인 면을 읽어내고, 메타적인 분석을 통해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정교한 사고를 요하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표면적인 문제정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한 층, 한 층 더 내려가야 했어요. 단순히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왜 좋은지, 어떤 기준에서 좋다고 말할 수 있는지 끝까지 파고드는 사고를 했던 것 같아요.”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그런 모호함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했어요. 글을 구상하는 단계부터 마무리하는 단계까지 지혜님과 편집팀은 한 팀처럼 작업을 했어요. SSIR식 사고와 지식이란 무엇인지 이해하고, 우리가 다루는 사례를 더 정교하게 해석하기 위해 수차례의 대화를 나누며, 글을 쓰고 다듬는 과정은 마치 ‘페이스메이킹’을 닮아 있었어요. “현중님이 SSIR의 특성과 아티클의 구조를 설명해주시며 기초 체력을 만들어 주셨다면, 현선님은 특유의 날카로운 관점으로 정확한 디렉션을 주시면서 전체적인 완성도와 깊이감을 함께 만들어주셨어요. 아티클에서 다룬 페이스메이킹의 효과를 저도 경험한 거죠.” ‘실행을 촉진하는 페이스메이커’는 그렇게 탄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