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IR에는 조직을 조명하는 아티클들이 있습니다. 그 아티클들은 조직이 거둔 성공뿐 아니라 조직이 직면한 위기나 실패에 대해 다루기도 합니다. 이렇게 SSIR이 조직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데는 그것이 비록 한 조직의 경험일지라도, 생태계 차원에서 더 나은 시도와 변화가 만들어지는 데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은 SSIR이 다룬 여러 조직들 가운데 오픈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과 키바(KIVA)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두 조직은 큰 기대를 받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 외에도 조직의 존폐가 걸린 위기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두 조직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을까요?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질문과 생각거리를 던져줄까요?
SSIR 한국어판 에디터 김현중 드림
오픈소사이어티 재단
오픈소사이어티 재단의 설립자, 조지 소로스
오픈소사이어티 재단(OSF)은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에 의해 1993년에 설립돼, 전 세계의 인권 증진과 민주주의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재단입니다. 190억 달러(한화 약 25조 원)에 달하는 예산으로,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반체제 학자, 학생, NGO, 독립언론 등을 지원하며 전 세계의 독재자들에게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로 여겨져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극우주의가 부상하면서, OSF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때 급진적인 사회변화를 이끌었던 OSF는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양극화를 외면하는 지도자들로부터 거센 반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개방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지나, OSF가 마주한 새로운 정치, 사회적 환경은 OSF에 존재 이유를 물으며,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전은 조직 내부에도 있었습니다. 활동 영역이 확장되는 사이 OSF는 비대하고 둔한 조직이 되었으며, 자유롭다 자신했던 관료주의가 조직에 만연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지 소로스가 추구해 온 빠르고 유연하며, 탈중앙적이고 초지역적인 지원 모델과는 한참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OSF는 보다 실용적이고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로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기금 배분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열린 사회에 대한 위협은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습니다. 과연 OSF는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하고 다시 열린 사회의 가치를 전 세계에 펼칠 수 있을까요?
키바는 소액의 창업 자금을 대출하고자 하는 사람과 그들을 돕고 싶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무함마드 유누스의 강연을 듣고 영감을 받은 제시카 잭클리가 창업을 했습니다. 키바를 통해 기업가정신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제시카는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스토리를 플랫폼에서 소개했습니다. 가나의 양봉업자, 가자지구의 목수 등 키바에 소개된 기업가정신 스토리는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상당한 금액의 펀딩을 이끌어냈습니다. 2018년 말 키바는 전 세계 130만 명의 대출자와 300만 명의 차입자를 연결하며, 12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의 대출금을 매칭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키바는 뜻밖의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키바의 현지 파트너 중 일부가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거짓으로 꾸민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키바는 현장조사를 강화하고, 현지 파트너를 거치지 않는 P2P 방식을 고안하는 등 대안을 내놓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소액 대출이 빈곤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는 키바 모델의 전제도 여러 연구와 사례를 통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키바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의 변화이론을 새롭게 정의하는 수준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사업 영역을 넓혀 투자 접근성이 낮은 사회적 기업들을 직접 투자하거나 임팩트 평가 결과를 근거로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과감한 변화를 통해 키바는 신뢰를 회복하고,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었을까요?
복잡성이 높아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조직들이 마주하는 도전은 더욱 거세지는 듯 보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두 아티클은 그러한 도전의 양상들을 다루지만, 도전을 통해 조직이 성숙해가는 과정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조직의 이야기는 단순한 실패의 이야기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조직을 향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도전을 성찰과 성숙의 기회로 삼아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조직들의 이야기도 계속되지 않을까요?